“다문화 아이들도 미래 주역, 지금 끌어안아야”
글쓴이 : 인클로버    작성일 : 15-11-10 10:26본문
일자 : 2010년 11월 10일 (수) 보도기관 : 문화일보
“다문화 아이들도 미래 주역, 지금 끌어안아야”
한용외(63) 인클로버 이사장에게는 ‘한국 기업의 사회 공헌 분야 개척자’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는 삼성사회봉사단 사장 등으로 재직하면서 15년 가까이 삼성그룹의 사회공헌 분야를 총괄해 오늘날 한국 기업 사회공헌의 기본 틀을 다진 사람이다. 사회공헌 분야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자면 “황량한 불모지에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해 왔다. 한 이사장은 삼성생명 상담역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뒤 올 1월 10억원의 사재를 털어 인클로버재단(www.inclover.or.kr)을 설립하고 다문화 가정에 대한 활발한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며 ‘상생(相生)’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한 이사장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사회공헌, 다문화 지원의 현황과 전망 등에 대해 들어 봤다. # 다문화 사회, 거역할 수 없는 현실 지난해 말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114만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2%를 넘는 수치다. 한 이사장에 따르면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중 가장 많은 사람은 외국인 근로자들로 56만명에 달한다. 그 외 결혼을 통해 입국한 사람이 18만명이며,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12만명이다. 나머지는 유학생과 외교관 등이다. 한 이사장은 “현재 56만명 가까운 외국인 근로자 중의 상당수(5만3000명·9.4%)가 불법 체류자”라며 “이에 따라 2만명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자녀도 불법 체류 사실 때문에 상당수가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혼을 해 한국으로 이주했다가 이혼한 가정의 자녀들도 부모 모두에게 제대로 관심을 못 받고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한국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외국인과 2세 자녀들이 성장해 갈수록 사회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 이사장의 걱정거리다. 그는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면서 다양한 인종, 다양한 문화, 다양한 종교 등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국내에서 인종 간 갈등, 문화 간 갈등, 종교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 다문화 사회에 대한 준비, 교육에서 시작해야 한 이사장은 1947년 대구에서 태어나 6·25전쟁을 겪으면서 극도의 빈곤을 경험한 세대다. 초등학교 입학식을 동사무소에서 하고, 수업은 산에서 했을 만큼 열악한 환경이었다. 더욱이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하느라 중고생 시절 신문 배달, 과일·채소·아이스크림·멍게 장사, 연탄 배달 등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온갖 고생을 하며 컸다고 한다. 그가 그토록 어려운 환경에서도 삼성전자 생활가전총괄 사장, 삼성사회봉사단 사장 등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교육의 힘이 가장 컸다. 그래서 그가 다문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로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도 교육이다. 한 이사장은 “현재 불법 체류자의 자녀 수 등을 고려하면 전국적으로 15~20개의 대안학교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 체류자의 자녀이므로 정부 차원에서 대안학교를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민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아직도 한국에서 입양아들을 해외에 내보내고 있다”며 “외국인을 이렇게 많이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아직도 한국 입양아들을 해외로 내보낸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로, 저출산 문제를 고심하고 있는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다문화 청소년의 푸른 미래를 위하여 한 이사장이 사재를 들여 설립한 인클로버재단은 다문화 가정의 아동·청소년에게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하고 꿈을 키워 나가며 당당한 대한민국의 미래 주역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는 “이들이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익혀 짧은 시간에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도록 해 함께 느끼고, 생각하고, 나누는 행복한 삶으로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재단이 펼치는 사업 중 하나가 다문화 가정 아동·청소년을 위한 도서 보내기 운동이다. 그는 “다문화 가정이 한국에서 빠른 시일 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한국의 문화를 공유하는 일”이라며 “독서를 통한 한국 문화의 공유는 한국어에 대한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고, 한국인의 문화생활·사고방식·윤리도덕 등을 함께 터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이와 함께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위한 장학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한 이사장은 “다문화 가정의 아동·청소년들을 장학금을 통해 격려함으로써 성실한 학교생활은 물론, 나아가 이들이 한국 사회의 인재로 거듭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존’하는 사회로 한 이사장은 “우리나라가 진정한 다문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다문화 가정들이 한국의 문화, 언어, 관습을 습득해 한국 사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측면에서 “적절한 교육과 능력에 맞는 일자리 제공 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 이사장이 볼 때 한국은 아직 다문화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다문화 가정에 대해 막연히 호의적인 태도를 가지고는 있지만 ‘나 자신의 일’로 닥쳤을 때는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국민들이 다문화 사회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남의 일’로 보는 경향이 농후하다”며 “현재가 아니라 향후 10~20년, 길게는 30~50년 후를 생각하고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직까지는 별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수가 늘어나고 임금 수준이 높아지면 한국인 근로자와 경쟁 관계에 놓일 수 있으며, 한국인 학생과 다문화 가정의 학생이 학교에서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조해동 경제산업부 차장 haedong@munhw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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